봄은 잠재울 수 없는 파도다, 봄은 멈출 수 없는 사랑이다, 겨울을 이기고 나오는 새싹처럼 항상 처음이다, 잿빛 겨울은 벌써 어디로 갔을까,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회색의 대지 위로 파릇파릇 번져오는 도도한 봄의 불길을 도저히 진압할 수 없을 것이리.
봄의 햇살 닿는 곳마다 봄비 스민 흙의 가슴마다, 다보록이 피어나는 대지의 숨결 대지의 가슴 대지의 설렘, 노란 햇병아리의 종종걸음치듯 사방에서 밀려오는 봄의 물결, 온 천하에 눈부신다, 그 물결 은빛 강물이다, 윤슬 반짝이는 탐진강 출렁거리는 구강포.
봄은 긴 기다림 끝에 오는 반가운 손님이다, 산을 넘고 섬을 건너 오랜 고통 끝에 핀 기다림, 동백의 기다림처럼 뜨겁다, 기다림처럼 달콤한 희열이 어디 있으랴, 정말 봄은 잠재울 수 없는 파도일까, 밤바다를 들썩이는 파도의 부르짖음, 분명 봄은 들불처럼 번져가는 초록의 불길이다.
봄비가 닿는 곳마다 일어나는 앙증맞은 들풀의 기적, 봄은 물빛 아가의 눈망울이다, 아가의 마음에 어린 봄의 정령, 봄은 어둠의 창을 열고 칠흑의 장막 훌훌 날려버리고 일어나는 독수리의 부활이다. 산천의 나뭇가지 끝에 맺는 새움 날 자리, 봉곳한 꽃망울을 보아라, 봄비가 닿는 곳마다 일어나는 푸른 혁명의 물결!

이 봄비 그치면 봄은 무럭무럭 자라 정령처럼 우리의 안전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말 것이다. 온 세상은 봄의 전류에 감전되고 말리라, 봄은 금세 여름으로 성장할 것이고, 여름은 늙으면 곧 가을이 될 것이다. 어서 봄을 누릴 채비 서두르자, 한순간도 머뭇거리지 말고 봄을 살자, 봄은 누리는 자의 것이거늘, 누리는 자만이 봄을 사는 것을, 봄의 기쁨, 봄의 환희를 완성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의 가슴이다, 봄을 기뻐하자.
생애의 길이 여행이라면 지나온 길을 먼발치에 서서 뒤돌아보는 일처럼 흐뭇한 일은 없으리라, 여행의 달콤함이 인생의 기쁨이 풍랑길 다 지나온 다음에 오는 것을, 생애의 보람은 지나와 돌아볼 때 누리는 안식인지 모른다. 인생의 행복은 뒤돌아보는 길에서 누리는 추억인지 모른다, 차라리 기억하는 그리움의 텃밭에 피는 꽃이 생애의 기쁨이요, 행복의 형상일 것이다.
지나온 길마다 아물어가는 생애의 노둣돌, 징검다리, 다문다문 이야기하며 작별을 고하는 일이 진정한 여행일 것이다. 그때라야 지금, 오늘, 이 순간과 더욱 소중하게 만날 수 있으니까, '너와 나, 나와 너'의 존재에 새 눈이 뜨일 것이리라, 봄은 나의 눈빛 속에 있다! 내 마음이 봄일 때라야 봄은 완성되는 것이다. 봄비 내리는 날, <봄비>를 고이 적는다!

<봄비>
부디 힘내라고,
오늘 아침은 봄비가 내린다
텃새의 노래도 숲을 흔든다
부디 힘내라고,
봉곳이 아주 봉곳이
빈 가지 끝에 물방울꽃 반짝인다
봄보다 먼저 봄을 반기는 박새의 눈빛
봄보다 먼저 봄을 부르는 봄비의 마음
부디 힘내라고,
목마른 대지의 가슴에 봄비 스미는 소리
오늘 아침은 봄비가 내린다
부디 힘내라고,
다람쥐 동산을 뛰어오는 아가의 봄
(사니랑의 오금동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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