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 송악산 해변 사일리커피, 그 하얀 커피 향기 눈부신 아청鴉靑의 바다를 그린다... 섬과 섬 사이를 바람처럼 오가는 그대여, 어제를 생각하고 오늘을 사랑하자!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사랑하자! 가파도의 그리운 눈망울도 가끔 바라보며 살자!
오늘도 송악산 기슭 검은 모래 즐비한 아청빛 검푸른 바다가 그립다. 은빛 윤슬 가루가루 부서져 반짝이는 봄바다의 길, 모슬포의 바다를 마음으로 그려보노라니 눈물의 파도 가슴이 들썩인다. 밀려와 부서지고 다시 밀려와 사라지는 파도의 길, 그 소멸의 길 먼 끝에 가물거리는 가파도와 마라도를 오가는 뱃길도 언뜻언뜻 보인다. 우리의 기억 속에 잠깐 머물다 소멸하고 말 시간의 길, 그 흔적들도 보인다.
모슬포 산이수동 형제섬과 송악산 앞마당에 하얀 가루비 날리는 것도 보인다, 내 안은 아직도 아청鴉靑의 하늘과 바다 자욱한데, 코앞 산방산과 더 멀리 백록의 봄도 보이는데, 섬과 섬 사이를 바람처럼 오가는 그대여, 어제를 생각하고 오늘을 사랑하자,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사랑하자, 가파도의 그리운 눈망울도 가끔 바라보며 살자,
여행의 길은 돌아와서 보면 더 잘 보인다. 여행의 길은 돌아와 다시 보면 더 그립다. (그래서 다시 그 길을 기다리는 것일까, 내가 설악의 천불동계곡 그윽한 길을 이내 곧 다시 가듯이) 참으로 오랜만에, 아니다, 뜬금없이 난생처음으로 떠나본 길... 나의 아들과 나의 며느리와 나의 손자, 나의 아내와 그리고 나! 어찌어찌 사노라니 그렇게 되어버렸는데, 암만 생각하여도 꿈만 같은데,
나의 주머니에 듬뿍 담아온 파도 한 줌이 자꾸 출렁거린다. 하얀 사일리커피 향이 흐르는 모슬포 송악산 기슭 그 바다로 보내달라고, 자꾸 나에게 보챈다. 아청鴉靑의 검푸른 바다로 가서 살고 싶다고, 주머니 속 파도가 날 조른다. 마라도와 가파도랑 놀고 싶다고...
<그 사이 - 모슬포의 하늘을 그리며>
저 별 저 흰 반점 묘연하구나
그 사이를 흐르는 하늘은 아득한데
달과 별과 섬의 거리는
너와 나 나와 너의 사이처럼
그 사이를 바람처럼 오가며 살고 있을 테지
그 사이 너와 나의 한 계절은 지나가고
다시 한 계절이 살아서 돌아오고
아, 우리가 사는 사이, 이 사이의 길,
그 사이에 목마른 백록白鹿에 사랑이 고이면
이마에도 가슴에도 피어나는 햇살
파릇한 봄도 봉곳이 다시 살아나리라
무럭무럭 자라면 여름이 될 것이고
엄마의 가슴처럼 가을은 금세 늙고 말 것인데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을 섬이여,
그대,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 바람이여,
바다 건너 흘러간 연두색 봄날이여,
어제를 생각하고 오늘을 사랑하며 살 것을!
<모슬포 1>
어제의 하늘에 비친 오늘처럼
섬과 섬 사이를 오가는 바람처럼
삶의 먼 수평선을 내다보는 이여,
겨울이 가 다시 봄은 오나 보다,
봄이 자라면 다시 여름이 되겠지,
주머니에 담아 온 한 줌 파도가 은빛 가득 출렁인다
하얀 사일리 커피 향이 눈부신 모슬포
3월, 아슴한 아청鴉靑의 섬으로 보내 달라고 출렁인다
<모슬포 2>
가끔은 먼발치서 돌아볼 일이다
오늘은,
산이수동 마르마레와 형제섬을 그리다가
송악산 산방산만 파도처럼 불러보다가
머얼리 희미한 한라산을 다문다문 이야기하며 길을 간다
파도처럼 너를 울먹이다가
파도처럼 부서지게 너를 부르다가
글썽이는 유채꽃 보여주마고 돌아오는 길을
그림자도 못 남기고 구름처럼 스쳐 지나고 만다
계절과 계절 사이를 오가는 바람처럼
삶과 죽음의 강을 건너가는 이여,
어제와 오늘의 길을 지나가는 존재여,
가끔은 먼발치서 돌아볼 일이다
오늘은,
그대를 보지 못하고 돌아온 마음에
그대의 눈빛만 아청의 바다처럼 가득하다
송악산 송화 필 때 다시 보러 가야지,
모슬포여, 하얀 사일리 키피향을 보내줘요,
가끔은 먼발치서 돌아볼 일이다
(솔물새꽃의 모슬포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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