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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은 물빛 눈망울에 물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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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랑 함께 놀다보면 내 안에 아가가 산다!
아가랑 함께 놀다보면 내 안에 아가가 산다!

아가를 만나 놀면 나의 마음은 아가의 물빛 영혼에 물들고, 시인을 만나 놀면 나의 영혼은 맑은 詩心을 닮아간다. 아가를 품에 안고 잠을 재울 때면 금방 깨질지도 모를 어린 왕자를, 이 세상 가장 귀한 보화를, 순결한 하늘의 별을 품고 있는 것처럼 아늑하다.

온종일 우리 아가와 노는 일은 보통 강한 체력이 아니면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여기저기 이방 저 방 돌아다니며 온 집안을 일순간 쑥대밭(?) 만들고 마는 지칠 줄 모르는 아가의 힘, 종횡무진 움직이는 저 힘은 어디서 올까... (아가는 단순하고 순결한 태생의 성정, 자연의 길에서 아직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뛰어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순수하고 선하고 단순하고 맑으니까... )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보채고, 책을 읽어달라고 좇아다니고, 자동차 놀이하자고 조르고, 공놀이 술래잡기 낙서하기 동요 부르기 등, 끝이 없는 한바탕 놀이마당을 마치고 나면 뒤를 따라다니며 밥을 떠먹이고 물을 마시게 하고, 아이 밥 먹이느라 해결하지 못한 나의 끼니를 겨우 마치고 나면 스멀스멀 졸음이 밀려오지만, 할아버지에게 한 치의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 아가. 우리 아가는 금세 할아버지, 소금빵 사 먹으러 가자, 키위주스 먹으러 가자, 할아버지, 오금동카페 가자, 조르기 시작한다. 고단하고 힘들지만 어찌 거절할 수 있으랴,

 

무사히 하루의 일정(?) 을 다 마치고 나서, 드디어 네 살 난 우리 아가를 정갈히 자리 펴서 고이고이 잠재워놓고 나면 집안은 산속처럼 고요해진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의 고요한 바다처럼... 그러함에도 감히 아가 곁을 떠날 수 없는 것은 아가의 잠자는 모습, 깊이깊이 수면의 심연으로 가라앉는 우리 아가의 얼굴을 지켜보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이내 곧 회복되는 것을 느끼는 보람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맑은 눈빛, 한점 흠결이 없는 물빛 영혼을 품고 사는 우리 아가를 참으로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품에 꼭 안아 잠을 재워 보았다. 사실 아들 며느리가 멀리 제주도에 모임이 있어 출장 가는 통에 주말 이틀을 우리 아가와 온전히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지상 가장 고귀하고 순결한 아가를 별빛처럼 빛나는 아가의 영혼을 온 가슴에 꼭 안아보는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얼마나 아들 며느리가 감사한 지 모른다.

 

(지금은 우리 아가가 네 살이니까, 우리 아가가 첫 돌이 되기 전 분유를 먹고 거의 하루종일 잠을 잘 때는, 나는 품 안에서 곧잘 아가를 재우곤 하였다. 그럴 때면 간혹 나도 우리 아가를 따라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가 많았었는데, 그만큼 우리 아가를 보는 일이 힘들다는 방증도 되겠다. 그때는 직장을 퇴직하기 전이라 주로 주말이면 우리 아가 돌보는 일을 내가 전담했었는데, 옛말도 있지 않는가, 아가 보는 일보다 땡볕에 콩밭 매는 일이 더 낫다고, 그렇지만 아들 며느리 둘 다 직장 일 나가고 나면 혼자서 아들 며느리 집에 와 손자를 돌보는 일은, 세상에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 같았다. 참으로 즐거웠다. 몸은 고달파도 정말 행복했다. 하루종일 아가를 돌보고 아이들이 직장에서 퇴근하여 돌아오면 아이를 맡기고 집에 돌아와 곤하게 쓰러지는 날이 많았지만, 나의 손자를 보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해 가는 아이의 모습, 맑은 눈빛 눈망울 미소, 살짝이 웃어주는 얼굴, 무어라고 옹알이하는 아가의 입놀림, 발길질 손길질 고갯짓 뒤척이는 온갖 몸짓... 지켜보고 있노라면 모든 것이 신비하고 경탄의 호기심이었다. 그 시절 우리 아가를 품에 안고 잠을 재울 때면 금방 깨질지도 모를 어린 왕자를, 이 세상 가장 귀한 보화를 순결한 하늘의 별을 품고 있는 것처럼 아늑한 평화와 보람을 느끼곤 하였다.)

 

이 세상 가장 맑은 영혼을 소유한 지상의 별!
이 세상 가장 맑은 영혼을 소유한 지상의 별!

 

오늘도 긴 하루였지만 지나고 나면 나의 하루는 항상 짧기만 하다. 고단한 몸을 위무해주는 보람과 기쁨과 감사의 단비가 내리면 심신은 금방 생기를 회복한다. 늘 경험하는 일이지만 주말 현관을 들어서는 아가의 할아버지, 할머니, 를 부르는 소리! 온 집안이 비로소 생기가 넘치기 시작한다. 아이로 인해 웃음이 회복되고 화목한 기운이 구석구석 감돌기 시작한다. 얼마나 반갑고 귀한 손님인가. 온 가족의 보람이요 집 안 의 웃음이요 활력인 나의 손자! 아가와 함께한 긴 하루와 작별하고 이제야 나의 골방으로 돌아와 모차르트의 선율을 띄우고 책상 앞에 앉는다.

카톡을 확인하고 페이스북을 열어보는데, 최 시인께서 나를 위해 아청鴉靑빛 하늘을 작은 폭의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는 메시지와 초벌 밑그림 사진을 보내오지 않았는가, 나는 이 정성과 호의에 화답하여 짧은 편지를 보냈다. 아청빛 하늘을 보니 나의 지나간 유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섬처럼 떠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마음을 적어 최 시인에게 시를 보낸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손자랑 아들이랑 놀다가 이제야 나의 골방에 돌아와 하루의 진애를 씻어내고 있습니다. 최선생님의 은혜를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이런 글을 한 번 적어봅니다. 최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마도 오늘 밤은

최 화백께서 불러오신 鴉靑의 장흥 하늘을

온종일 그려놓으신  鴉靑 탐진강 하늘을

우리 아가와 나는 밤새 날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틀림없이

찔레꽃 피고 삐비꽃 벙그는 강 언덕 鴉靑의 봄 하늘을

꿈꾸며 날고 있을 것입니다

 

탐진 나루 내 유년의 맑은 영혼의 심연은

최 시인이 품어오신 청도의 鴉靑

그 하늘의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鴉靑의 탐진강 하늘이 부르는

눈부신 어느 봄날이 벌써

어쩌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청鴉靑 : 검푸른빛깔을 띤 아주 푸른 빛

 

이런 짧은 편지글을 써 보낸 것이다.

 

설악의 가을 하늘은 그윽한 아청, 아가의 맑은 영혼의 심연, 내 유년의 강이요 길이다!
설악의 가을 하늘은 그윽한 아청, 아가의 맑은 영혼의 심연, 내 유년의 강이요 길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생애의 길은 선택인데 누구와 무엇을 선택하고, 누구랑 무엇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천 갈래 천차만별의 길로 흘러가는 모양이다. 아가를 만나면 아가의 물빛 영혼의 면경에 나를 비춰보며 맑아지고, 아가의 물빛 영혼에 물들어 나의 마음도 맑아지는 것일까, 시인을 만나면 맑은 영혼의 언어를 곱게 빚어내는 시인의 길을 닮아가는 것일까.

 

(솔물새꽃의 오금동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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