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 쓰기

장자의 자연은 상선약수!

반응형
SMALL

산 절로 수 절로 솔 절로 기암절애도 절로 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솔 절로 기암절애도 절로 절로...

장자의 자연自然은 상선약수上善若水의 경지요, 주객일체主客一體의 세계이다. 꽃은 웃어도 소리가 없고, 물은 노래해도 말이 없다. 무위無爲의 도장道場은  오직 자연이다. 이것이 장자가 말한 자연自然이다. 무위無爲의 도道이다. 

분꽃은 분꽃대로, 채송화는 채송화대로 아기자기 모여 아름답게 피어있습니다. 채송화는 키 큰 분꽃을 부러워하지 않고, 분꽃은 채송화 앞에서 우쭐하지도 않습니다. 맨드라미는 봉숭아를 시새움하지 않고 들국화는 우아한 달리아보다 못났다고 불평하지 않습니다. 모두 타고난 천성대로 곱게 피어 초가을 햇살 아래 소슬바람과 따스한 일광을 즐기고 있습니다. 꽃은 제 모습 그대로 절로 피어 아름답기만 합니다.

 

가을 감은 햇살의 세례를 받아가며 주홍빛으로 점점 탐스럽게 익어가고, 대추는 대추대로 반짝이며 나뭇가지가 휘어 땅에 닿도록 풍성한 가을의 결실을 뽐냅니다. 감은 대추의 앙증맞은 볼을 부러워하지 않고 대추는 주먹만 한 감을 선망의 눈초리로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똑같은 감나무끼리 내 가지에는 열 개가 열렸는데, 옆의 나무는 스무 개가 열렸다고 시기하지 않습니다. 모과는 또 모과대로, 대추는 대추대로 모두 제각각 천성대로 탐스러운 가을로 여물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못생겼다고, 가진 것이 많지 않다고, 키가 작다고, 몸집이 크다고, 공부를 못 한다고, 가방끈이 짧다고, 명문대가 아니라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거나 선입관을 갖고 열등감에 젖거나 자신을 불평하는 것은 모든 생물 가운데 오직 사람뿐입니다.

 

대붕은 대붕으로 천공을 날아다니고 기러기는 기러기의 날갯짓으로 물 위를 납니다. 기러기가 대붕처럼 오래 멀리 날지 못한다고 낙담하지 않습니다. 까치는 제 몸짓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오르내립니다. 박새는 황새를 부러워하지 않고 황새는 박새를 우습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기러기를 부러워하는 까치가 없고, 까치를 부러워하는 참새도 없습니다. 참새는 참새로서 살아온 제 삶의 양식이 있고, 까치는 저희끼리 날아다니며 사랑하고 번식을 하며 주어진 자연의 삶을 온전히 누리며 한 생을 마감합니다.

 

이것이 장자가 말한 자연自然입니다. 무위無爲의 도입니다. 노자가 말한 도와 덕의 세계요, 의 질서입니다. 그러므로 장자와 노자에게 있어서 자연과 도와 덕과 하늘은 동일한 의미입니다. 타고 난 본래 제 모습대로 편안한 것이 자연입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의 경지요, 주객일체主客一體의 세계입니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그리하여 물이 흐르듯이 제 모습 그대로 편안하며 제 모습 그대로 넉넉하다는 것입니다.

 

분꽃은 소박하고 수수한 제 모습을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으며 못났다고 불평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장미꽃처럼 화려하지 못한 것을 속상해하는 것은 사람뿐입니다. 사과처럼 고운 자기의 빛깔을 매혹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오렌지 빛깔처럼 산뜻하지 못하다고 조마조마해하는 것도 사람뿐입니다.. 아름다움에 등급을 매기고 시새움하거나 다른 것의 닮은꼴이 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오직 사람뿐입니다.

 

사람은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 살면서도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여유를 잃어버린 채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늘 마음에 짐을 지고 근심과 걱정 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도, 지위나 명성이 높은 사람도 자신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에 대하여 당당함을 잊고 살면서 온갖 불평과 끊임없는 탐욕의 주머니를 채우려 합니다. 안분지족安分知足할 줄 모르는 생물은 아마도 이 지상에서는 인간 말고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사람처럼 자신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는 생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도 다시 교정의 꽃들에게 다가가 꽃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만나보려 합니다. 이 세상 그 어떤 꽃도 철철이 절로 피어 제 모습 그대로를 만족하며 아름답게 필 뿐이니까요.

 

(사나랑의 교정일기에서)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