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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는 이 땅의 꿈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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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짓는 농부의 마음으로 할 일이다! 남은 길 그 마음으로 다시 꿈을 가꾸어 보리라!
농사 짓는 농부의 마음으로 할 일이다! 남은 길 그 마음으로 다시 꿈을 가꾸어 보리라!

여전히, 우리는 이 지상의 꿈나무입니다. 꿈의 그늘을 드리우며 서 있어야 할 이 땅 이 시대의 노거목입니다. 누군가의 꿈의 그늘로 당당히 살아야 합니다.

서로 이름 불러주고 손 흔들어 주며 반가운 눈빛을 보내면 이 꿈나무들은 더 싱그러운 얼굴로 더 부드러운 향기로 화답하며 잘도 자랍니다. 봄비 내린 후 죽순이 자라듯이 무럭무럭 잘도 자라서 무더운 여름 그늘이 되어주기도 할 것이고 노을 물든 인생의 가을이 서둘러 오면 튼실한 결실을 내어주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자연이나 우주에 대해 아니 인생이나 삶과 죽음에 대해 때론 세상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지금도 여전히 순수하고 작은 꿈나무입니다. 이 세상 끝날 때까지 꿈을 품고 꿈을 키우며 살아야 할 꿈나무인 것이지요. 아무리 인생길에서 허우적거려도 자연이나 인생이나 하늘이나 산과 강은 그 묘연한 진리의 깊이를 가르쳐 주지 않아서 늘 호기심으로 가득한 늦깎이 어린 꿈나무로 오늘도 호젓이 그 길에 서 있습니다. 강가에 서서 봄과 인생을 삶과 죽음을 멍청히 바라보다가 헛걸음만 하고 돌아올 때도 자주 있곤 한답니다. 살가운 봄바람은 뭐라고 자꾸 속살거리는데, 강물 위를 반짝이며 흐르는 윤슬은 내 유년의 탐진강 은어처럼 싱그러운데, 마음에 그림자 진 아청의 하늘은 아무 말이 없이 아득하게 깊어만 갑니다. 흐르고 흘러서 남포 앞바다에 다 와가는 강물은 만삭의 몸을 푸는데, 만덕산등성이 너머로 붉은 노을은 허허한 갈매기의 그림자마저 삼켜버리고, 잿빛 뻘밭을 덮고 밤의 품에 안긴 고단한 하루의 여정은 구강포 갈대밭에 깃든 바람의 길입니다. 
 
이 세상 높고 낮은 데, 길고 짧은 데 가리지 않고 묵묵히 안고 흘러온 가슴 넓은 강물이지만, 끝내 심연의 그 깊이를 가르쳐주지 않고 바다에 잠기고 맙니다. 무심한 강의 그 마음을 어찌 탓할 수 있으리오, 오늘도 하루가 뉘엿뉘엿 저무는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 언저리를 바라보며 구강포 바람에 흉부를 간간히 씻어내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해 아니 우주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인생에 대해 오가는 그 어떤 바람도 말해주지 않아 천 길 만 길 그 깊이를 잴 수 없는 우리는 끝내 이 세상 호기심 많은 늦깎이 꿈나무로 봄을 품고 꿈을 키우며 무성한 꿈의 그늘을 드리우며 한 그루 꿈나무로, 지구별 여행자로 살 수밖에요...

 

끝내 이 세상 늦깎이 호기심 많은 꿈나무로 늘 하늘을 품고 꿈을 키우며 살 수밖에!
끝내 이 세상 늦깎이 호기심 많은 꿈나무로 늘 하늘을 품고 꿈을 키우며 살 수밖에!

그늘❗ - 김삼규

 

왕버드나무 가슴의 그늘 서기산 山의 그늘 앞산 너머 남포의 그늘 남포 바다에 뜬 호젓한 섬의 그늘 눈 감지 못한 동백은 섬이 되고 섬의 그늘 동백의 그늘 아래로 길은 흐르고 바람의 길은 흐르고 뒷둥 대나무 그늘 으슥한 대나무 숲을 지나는 황톳길 동백꽃망울 속 깊은 그늘 꽃망울에 어린 다디단 오월의 그늘 대나무 울타리 으스스한 할머니 곰방대 그늘 담배 연기 끝에 피어나는 아지랑이의 신내림 그 소슬한 그늘 연분홍 수줍은 꽃그늘 해남 현산으로 시집간 길자의 그늘 군에 간 아들을 가슴에 묻고 돌아온 동안댁 눈물에 어린 그늘 서러운 통곡의 고갯마루 사내처럼 씩씩해 보여도 달밤이면 맹진 포구 갯바람에 흐느끼는 홍순이 고모의 그늘 팔산양반의 비틀비틀 남도 사철가의 추임새 애잔한 강물의 그늘 개똥쟁이 샘터에 비친 목마른 여름의 그늘 토실한 알밤 여무는 가을 풀벌레 소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가을소풍 장독대 항아리 속 홍시는 언제 익을까 지붕에 박꽃은 별이 되고 덕정굴 구성동 산마루에 달은 벌써 떠오르고 은하의 강을 건너오는 샛별의 그늘 으슥한 호롱동 저수지의 그늘 그 그늘 모퉁이 해 다 지도록 주인 돌아오길 기다리는 흰 고무신의 그늘 그늘이 무성한 석문의 길... 그늘의 강 강의 그늘... 나의 노래요 나의 흥이요 나의 길이요 나의 무지개요 나의 꿈이 피어난 황톳길의 그늘... 그늘의 길 길의 그늘... 내 마음의 그늘 나를 이끌어준 그늘의 길 인연의 강이 흐르는 길마다 그늘이 따라와 흐르고 안갯둥 왕소나무의 그늘 할머니 봉분 가에 해마다 핀 호젓한 진달래꽃 그늘 산 꿩이 나른하다고 울음 우는 봄 햇살의 그늘 산그림자의 그늘 아래 자운영은 다시 돌아와 봄을 살고 청보리 밭 가르마 길을 걸어 하늘 가신 울 엄마랑 아부지의 그늘 햇살 따스한 묘역은 겨울에도 제비꽃이 피어있는 곳 나의 길 나의 그늘이 되어준 왕버드나무! 삐비꽃 핀 탐진강 아청의 그늘 아청의 탐진강 탐진강 너울너울 떠 흐르는 아청의 하늘 그림자 나의 가장 큰 그늘... 그늘이여, 그늘이여, 나의 길 큰 그늘이여, 영원하소서!

 

그늘, 그늘 아래 존재하는 우리, 나에게 그늘이 되어준 수많은 이름들을 기억하는 일!
그늘, 그늘 아래 존재하는 우리, 나에게 그늘이 되어준 수많은 이름들을 기억하는 일!

여전히 오월 햇살의 감촉은 싱그러운 기운으로 나를 부추긴다. 우주의 손길처럼 나의 흉금을 열고 모국어의 자모음을 고른다. 여전히 푸른 전나무 사이로 멀고 먼 아청의 하늘 아래 마당이 넓은 감나무 그늘을 보여주다가, 장독대 돌담에 감꽃이 떨어지는 소리 서럽게 서럽게 가슴을 후빈다, 온유한 사랑과 순후한 흙의 향기를 찔레꽃의 가슴을 간직한 사무치게 그리운 얼굴들도 보여준다! 

 퇴직 후, 담대히 글을 쓰는 길을 고집하면서 느끼는 것은 나의 글을 글의 행간의 깊이를 읽어 줄 독자가 늘 고프다는 것, 글의 저류를 나와 함께 구석구석 쉬엄쉬엄 거닐어 줄 독자가 간절히 고프다는 것이다. 나의 글에 흐르는 상념을, 상념의 원류를 더듬어가며 읽어주는 독자를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슬프게 하는 일은 갈수록 글을 읽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모국어의 향기를 쐬어볼 여유가 없이 살 수 있을까! 그런데 우리의 글로 수놓은 시나 소설이나 수필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 간다는 것이다. 얼마나 놀랄 일인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인간은 영혼을 품은 존재인데... 아름다운 모국어로 물든 초록의 봄 바다를 유영할 사람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우리 모두에게는 서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영혼을 키워주고 지켜준 모국어! 그 자모음으로 형상화한 미학의 예술혼을 외면해 버린 세상이 되어가고 있으니... 우리의 영혼을 끝내 구원하고야 말 시와 신앙과 자연의 길이 막히면 무엇으로 인간의 신화 창조는 가능할까, 
 
그리할지라도, 아무리 그리할지라도, 정말 그대는 내가 기다리는 단 한 사람, 작은 나를 아주 미욱한 나의 글을 잘도 읽어주십니다... 내가 모르는 깊은 천 길 물속을 훤히 비춰보듯이 나의 글의 길을 밝혀주십니다... 정말 멋진 분! 따뜻한 감성 눅눅한 인정을 흥건하게 나누며 만나 놀고 싶은 사람... 크게 걸판지게 한턱내고 싶은 사람! 산그늘 좋은 물가에서 해남 화산 해창 막걸리를 대접하고 싶은 사람... 그런 단 한 사람을 만날 날을 늘 기다리며 오늘도 나를 연단鍊鍛하고 조탁彫琢하며 끈기 있게 살고 있답니다...!
 

다산 정약용의 '죽란시사첩'의 풍류를 살고 싶다! 단 한 사람일지라도 그와 물 맑히며 흐르고 싶다!
다산 선생의 '죽란시사첩'의 풍류를 살고 싶다! 단 한 사람일지라도 그와 물 맑히며 흐르고 싶다!

우리는 내가 만나는 누군가를, 나를 위해 존재하는 이 세계를, 매일매일 나의 길을 지켜주는 일상의 그늘을 너무 소홀히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보내온 문자나 카톡을, 나의 가슴에 물결치는 이름을, 안으로 안으로 불러보는 얼굴들을, 너무 건성으로 함부로 지나쳐 온 것은 아닐까, 회개하며 반성하는 마음도 있답니다. 나를 지금껏 있게 한, 지금까지 나의 길에 묵묵히 그늘이 되어준 사람들... 나의 인생길 흥겨운 추임새를 넣어준 의로운 사람들... 이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도 다시 반성하고 있답니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다 나의 그늘이었는데... 나에게 훈훈한 쉼이 되어주었고 나의 그늘이 되어 나를 머물게 하였는데, 왜 지금까지 이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등한했을까! 모든 것이 내가 살아가는데 귀하지 않은 것들이 없는데... 존재하는 모든 것이 소중한 것들이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나의 존재를 빛내준 고마운 나의 그늘이었는데...
 
가끔은 슬프고 아픈 일이지요...
 

절로 피어 절로 사는 봄꽃처럼... 항상 웃으며 웃으며 절로 피어 절로 지고 싶다!
절로 피어 절로 사는 봄꽃처럼... 항상 웃으며 웃으며 절로 피어 절로 지고 싶다!

오랜만에 봄 햇살을 즐기며 벌써 다 자라 버린 원숙한 초목의 그늘 아래서 이 글을 씁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늘이 된 적이 있는가, 왕버드나무처럼 나는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준 적이 있는가, 노거목으로 서서 그늘이 되어 주리라...! 

전나무는 나의 마음의 독백을 들었을까, 남은 하루의 길에 작은 위로와 축복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봄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평안한 저녁을 맞이하시구려!

 

나는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준 적이 있는가, 그늘이 되어 주리라!
나는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준 적이 있는가, 그늘이 되어 주리라!

 
(20230522, 사니랑의 오금동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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