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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달빛 아래 배꽃향기 흐르고! 유방백세流芳百世, 유방만세流芳萬世라는 말이 있다. 향기로운 이름을 역사에 길이 오래 남긴다는 뜻... 배꽃 핀 은은한 달밤이면 배꽃 향기 가득 안고 구비구비 영원으로 흘러가는 은빛 영산강의 마음... 영산강 달빛 아래 구비구비 배꽃향기 흐른다! 고려 말엽 충혜왕 시절의 학자이자 충신인 이조년李兆年(1269~1343)의 호는 매운당梅雲堂이라 하였는데, 그의 시조 중에 누구나 잘 아는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가 있다. 배꽃이 피는 4, 5월이면 맨 먼저 불러보는 노래, 영산강을 건너고 멀리 즐비한 배꽃농원의 은빛 바다를 지날 때면 버스에서 내리고 싶었던 나의 학창 시절 배꽃이 핀 봄의 길, 하늘에는 환한 달빛 은은히 비추고 은하수 흐르는 고즈넉한 봄밤, 마음에 피어나는 임을 향한 사모함과 애틋한 그리움을 .. 더보기
풀아, 풀아, 풀아, 미안해! 풀아, 풀아, 풀아, 고마운 풀아, 많이 많이 미안해, 나를 용서해다오! 봄 햇살에 기지개를 켜며 파릇파릇 꿈틀 하는 풀꽃의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흙이 있는 곳 어디면 날아와 풀의 숲을 일궈놓고 나를 반기는 풀아 동산 초원의 들풀 곁에 가까이 다가가 풀의 생기를 호흡한다, 이 많은 들풀이 오십여 년 반평생이 훌쩍 넘도록 마음 의지할 곳 없는 서울에서 이 수많은 들풀이 나와 함께 봄을 살아준 고맙고 다정하고 인정스러운 나의 벗이었다니 생각하면 그 정회와 감회가 깊고 새롭기만 하다, 풀아 풀아 풀아, 고마운 풀아, 날 용서해 줘...! 아니, 내 인생의 길에 그 누구와의 인연이, 그 어떤 세상 즐거움이 이보다 더 진지하고 순수하고 정직하였으랴, 누구나 혼자서는 온전한 존재로 살 수 없듯 집 앞 동산의 .. 더보기
여전히, 우리는 이 땅의 꿈나무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이 지상의 꿈나무입니다. 꿈의 그늘을 드리우며 서 있어야 할 이 땅 이 시대의 노거목입니다. 누군가의 꿈의 그늘로 당당히 살아야 합니다. 서로 이름 불러주고 손 흔들어 주며 반가운 눈빛을 보내면 이 꿈나무들은 더 싱그러운 얼굴로 더 부드러운 향기로 화답하며 잘도 자랍니다. 봄비 내린 후 죽순이 자라듯이 무럭무럭 잘도 자라서 무더운 여름 그늘이 되어주기도 할 것이고 노을 물든 인생의 가을이 서둘러 오면 튼실한 결실을 내어주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자연이나 우주에 대해 아니 인생이나 삶과 죽음에 대해 때론 세상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지금도 여전히 순수하고 작은 꿈나무입니다. 이 세상 끝날 때까지 꿈을 품고 꿈을 키우며 살아야 할 꿈나무인 것이지요. 아무리 인생길에서 허우적거려.. 더보기
산의 힘, 산의 위의威儀 산의 힘, 산의 위의 威儀를 믿고 의지하며 사는 나는 축복을 받은 자다! 그렇지요, 전혀 산에서는 춥지 않아요. 산에서는 아무리 수은주가 떨어져도 별로 춥지 않아요. 산의 포근한 품이 아늑하게 감싸주기 때문 아닐까요. 그리고 산에서는 강도나 도둑을 염려하지 않아도 돼요. 산에서는 나의 물건을 단속할 이유가 없지요. 나는 늘 그렇게 믿고 산행이 힘들면 도중에 짐의 일부를 내려놓고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다시 담아 오지요.. 그대로 내려둔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요. 산이 지켜주기 때문이지요. 아니다, 산에서는 아무도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아요. 산이 좋아 산에 끌리어 산에 올라온 사람의 마음에는 산이 들어가 있어서, 산을 마음에 들이고 사는 사람의 마음에는 산의 마음이 들어와 있어서 그러지 않을까요. (.. 더보기
남한산성의 연두색 여린 봄을 내 안에 들이다! 해거름 남한산(성)을 걸어왔다. 12000보 계단을 걸은 것이다. 이 맘 때면 어디를 가도 산은 천국이다. 최적의 아늑한 봄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산의 숲이다. 일 년 중 산천의 초목이 가장 아름다울 때이니까... 천자 만홍 千紫萬紅! 춘풍 가절 春風佳節! 화란 춘성 花爛春盛! 만화 방창 萬化方暢! ( 이 네 글자의 울림, 이 말의 형상, 그 의미를 한 번 음미해보라! 봄이 살아 꿈틀하는 말의 울림) 언제 들어도 그윽한 산에서 우는 까마귀 소리는 마음 저류를 훑는 힘이 있다. 약간의 애수와 비애의 살얼음, 아물어가는 기억의 상흔을 헤집는 낯선 찬바람 같은 느낌, 더욱이 해거름 서산이 붉게 물들 때면 감당할 수 없는 존재의 비원, 그 깊은 데까지 상념의 외길을 홀로 걷게 한다. 남한산이든 지리산이든 오대산.. 더보기
왕버드나무 밑을 지날 때 먼 옛날 봄 왕버드나무 밑을 지날 때면 새록새록 피어나는 연둣빛 말의 울림이 보인다. 울 엄마는 동냥치가 집에 오는 날이면 식구들 보는 데서는 보리쌀 한 종지 건네준 척하고, 맨발로 쏜살처럼 뒤꼍으로 달려가 골목 모퉁이 돌아가는 동냥치를 불러 세워놓고는, 장독대 단지에 늘 미리 숨겨놓은 하얀 백미 한 됫박을 동냥치 자루에 퍼담아주곤 하였다네, 그 시절 우리 식구들한테는 제삿날이나 한번 먹어볼까 말까 하는 고마니꽃보다 더 다보록한 하얀 함박꽃 쌀밥이었는데, 십 리가 훌쩍 넘는 길을 걸어 초등학교 다니던 소싯적, 공동묘지가 있는 저수지 둑까지 마중 나온 울 엄마랑 집으로 돌아올 때가 가끔 있었다네, 몇 번의 그 봄날의 기억이 심한 몸살처럼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으니, 달이 휘영청 밝은데도 .. 더보기
부디 힘내라고, 봄비가 내린다! 봄은 잠재울 수 없는 파도다, 봄은 멈출 수 없는 사랑이다, 겨울을 이기고 나오는 새싹처럼 항상 처음이다, 잿빛 겨울은 벌써 어디로 갔을까,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회색의 대지 위로 파릇파릇 번져오는 도도한 봄의 불길을 도저히 진압할 수 없을 것이리. 봄의 햇살 닿는 곳마다 봄비 스민 흙의 가슴마다, 다보록이 피어나는 대지의 숨결 대지의 가슴 대지의 설렘, 노란 햇병아리의 종종걸음치듯 사방에서 밀려오는 봄의 물결, 온 천하에 눈부신다, 그 물결 은빛 강물이다, 윤슬 반짝이는 탐진강 출렁거리는 구강포. 봄은 긴 기다림 끝에 오는 반가운 손님이다, 산을 넘고 섬을 건너 오랜 고통 끝에 핀 기다림, 동백의 기다림처럼 뜨겁다, 기다림처럼 달콤한 희열이 어디 있으랴, 정말 봄은 잠재울 수 없는 파.. 더보기
‘산이랑강이랑’의 교육에 관한 단상! ‘산이랑강이랑’(https://saniranggangirang.tistory.com) 블로그를 통해 쓰고 있는 교육에 관한 나의 단상은, 내가 교직에 몸담고 있을 때 짬짬이 교정에서 나 자신과 나눈 허물없는 대화요, 사랑하는 수많은 학생과 교정의 꽃과 나무와 하늘에게 들려주고 싶은 담론이며, 그들에 대한 나의 사랑과 고백의 글입니다. 그 시절 나는 매일 책을 읽고, 교정의 자연을 보고 읽고, 우리 아이들을 읽고 느낀 것을 생각날 때마다 그냥 적었습니다. 그때 가장 맘에 걸리는 것은 꿈이 없이 맹목盲目의 길을 가는 우리 아이들이었지요. 늘 아이들에게 교실 밖의 넓은 세상과 지적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인식의 눈을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여 끊임없이 읽고 고민하며 쓰곤 하였지요.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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