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아, 풀아, 풀아, 미안해!
풀아, 풀아, 풀아, 고마운 풀아, 많이 많이 미안해, 나를 용서해다오! 봄 햇살에 기지개를 켜며 파릇파릇 꿈틀 하는 풀꽃의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흙이 있는 곳 어디면 날아와 풀의 숲을 일궈놓고 나를 반기는 풀아 동산 초원의 들풀 곁에 가까이 다가가 풀의 생기를 호흡한다, 이 많은 들풀이 오십여 년 반평생이 훌쩍 넘도록 마음 의지할 곳 없는 서울에서 이 수많은 들풀이 나와 함께 봄을 살아준 고맙고 다정하고 인정스러운 나의 벗이었다니 생각하면 그 정회와 감회가 깊고 새롭기만 하다, 풀아 풀아 풀아, 고마운 풀아, 날 용서해 줘...! 아니, 내 인생의 길에 그 누구와의 인연이, 그 어떤 세상 즐거움이 이보다 더 진지하고 순수하고 정직하였으랴, 누구나 혼자서는 온전한 존재로 살 수 없듯 집 앞 동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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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힘내라고, 봄비가 내린다!
봄은 잠재울 수 없는 파도다, 봄은 멈출 수 없는 사랑이다, 겨울을 이기고 나오는 새싹처럼 항상 처음이다, 잿빛 겨울은 벌써 어디로 갔을까,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회색의 대지 위로 파릇파릇 번져오는 도도한 봄의 불길을 도저히 진압할 수 없을 것이리. 봄의 햇살 닿는 곳마다 봄비 스민 흙의 가슴마다, 다보록이 피어나는 대지의 숨결 대지의 가슴 대지의 설렘, 노란 햇병아리의 종종걸음치듯 사방에서 밀려오는 봄의 물결, 온 천하에 눈부신다, 그 물결 은빛 강물이다, 윤슬 반짝이는 탐진강 출렁거리는 구강포. 봄은 긴 기다림 끝에 오는 반가운 손님이다, 산을 넘고 섬을 건너 오랜 고통 끝에 핀 기다림, 동백의 기다림처럼 뜨겁다, 기다림처럼 달콤한 희열이 어디 있으랴, 정말 봄은 잠재울 수 없는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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