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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자연의 길, 사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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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모양과 성정은 다 다르다, 이 다름을 읽어주는 일이 교육이다
생명의 모양과 성정은 다 다르다, 이 다름을 읽어주는 일이 교육이다

이 교정의 숲에서 우리가 수십 년을 궁구하며 또 갈망하며 꿈꿔온 소망이 무엇이었으랴, 우리 아이들의 목숨 돌보며 아이들 몸 안에 혼불 오롯이 밝혀주는 일 아니었으랴,

교정은 천의 모습, 천의 얼굴, 각양각색의 수많은 꿈과 말과 생각이 피어나고 노래하며, 온갖 함성 물결치는 교정의 숲 동산은 생명의 숨결 뜨겁게 분출하는 늘 축제의 마당이었다

 

교육을 어찌 교육이란 그물망 안에 온전히 다 담을 수 있으랴, 어찌 교육이 우리 아이들 돌보는 일로만 국한할 일이랴, 이 세상 목숨이 있는 것들이 사람만이 아닌 것을, 사람의 목숨이나 들풀의 생명이나 새들의 숨결이 한데 어울려 살아야, 이 땅에 거대한 숲의 강 흐르는 것 아니랴, 한 그루 초목이나 한 줌 메꽃의 목숨도 우리가 다 지켜 길러내야 할 위대한 자연인 것을, 이 살아 있는 들풀과 나무와 꽃들이 아니고서야, 어찌 교육의 환경을 다 이뤘다고 말하랴, 어찌 교정의 아이들을 경작하는 교육이 동산의 초목을 외면한 채 꽃 피어날 수 있으랴,

 

초목이나 사람이나 그 생명의 경중輕重을 어찌 저울의 눈금으로 잴 수 있을까, 아이들 가슴에 품은 꿈의 무늬를 어찌 다 그려낼 수 있을까, 세상의 목숨들에게 공평하게 다가가는 길은 공평한 사랑과 기다림과 침묵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인 것을, 개미와 나비와 초롱꽃에게 가까이 다가가 대화하려면, 잠시 인간의 생각과 앎을 내려놓고 저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하듯이, 교정의 아이들을 읽으려면 우리도 우리의 굳은 생각과 아집을 비워야 하는 것 아니랴,

 

교정의 목숨이 아이들뿐이라면 얼마나 밋밋하랴, 작은 쥐똥나무 돌나물 씀바귀 산괴불주머니 노랑꽃도 향기로운 자연의 감동이요, 은유인 것을, 자연의 길이 사람의 길이요, 사람의 길이 자연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일이 교육이 아니랴,

 

오늘도 주말을 호젓이 보낸 교정의 꽃들에게 다가가 물을 주고, 호미로 땅의 숨길 터주며 애지중지 마음 나누는 이용길 선생님, 살아있는 것들의 미소를 읽어주는 포근한 가슴이, 교정의 초목을 돌보는 알뜰한 손길이 맑은 숲의 교정을 흔드는 감동의 샘물이다 잔잔한 파동이 교정 사방으로 물결쳐 흐른다

 

교정의 꽃들에게 물을 주고 잡초를 솎아주는 일이나, 아이들 영혼의 밭을 경작하는 일이 어찌 다르랴만,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얼마나 필요 없는 약속들 함부로 하였을까, 얼마나 필요 없는 말 남발하여 숭고한 생명의 숨결 함부로 억압하였을까, 자연이든 사람이든 생명이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심어주는 용길셈, 그 마음, 그 발길과 손길이 진정한 교육인 것을 가르쳐주는 경건한 배움의 종소리, 아침마다 교정에 싱그럽게 울려 퍼진다 가슴에 노랗게 부서진다

 

버려진 생명의 꽃들이 사람의 손길에 힘 입어 목숨을 지켰다!
버려진 생명의 꽃들이 사람의 손길에 힘 입어 목숨을 지켰다!

<감상과 해설> 내가 몸담아 온 학교의 이용길 선생님은 매 학기마다 교실 환경정리를 위해 외부에서 사들인 화분의 화초를 잘도 돌보신다. 마음이 자연의 마음을 그대로 닮았다.

특히 환경심사가 끝난 다음 시들어가는 화초를 잘도 살려내신다.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극진하다. 관심이 소홀하여 시들해져 가는 화초의 목숨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부럽다. 교정 곳곳에 버려진 빈 화분을 교정의 한가한 구석에 한데 모아 분갈이할 때마다 사용하는 알뜰함 살림살이. 그 마음이 아이들을 돌보듯 지극한 사랑이다. 살아있는 것들의 목숨을 돌보는 일이나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별반 다를 바 없으리라. 그분이 돌보는 화초들이 아침 햇살에 생기를 발하는 것을 볼 때마다 나의 마음은 경건해진다. 생기를 회복한다. 그분의 마음을 닮고 싶은 소박한 마음이 물결친다.

 

 (사니랑의 교정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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