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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일상의 작은 삶이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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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과 먼지와 문명의 잔해를 불태워, 정결한 새날 새 아침을 예비하는 도도한 목멱의 노을!
소음과 먼지와 문명의 잔해를 불태워, 정결한 새날 새 아침을 예비하는 도도한 목멱의 노을!

나름대로 교정의 비경을 꼽으라면 목멱산(남산) 아침노을과 아청鴉靑의 하늘을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목멱의 노을은 아침의 정결한 신성함을 일깨워주었고, 아청빛 교정의 하늘은 마음의 부요와 여섯 살 유년의 순결을 회복해 주는 오묘한 힘이 있었다. 

자연의 놀라운 은총은 찾아 누리는 자의 소유(?)라는 평범한 진리와, 일상의 작은 것이 삶의 큰 행복이요 위대함이라는 것을 나는 매일 교정에서 배우며 아이들 앞으로 나아갔다.

 

교정 창가에서 본 새벽 여명의 목면산(남산) 노을은 장관이다. 교정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자연의 비경 중 남산의 노을은 교정의 아름다운 풍경 중 으뜸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흐르는 시절, 이른 아침 신관 4층 진로상담실 난간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남북을 휘감아 두른 노을은 부활하는 서울의 박동이요, 거룩한 하늘의 성찬이다. 남산을 중심으로 서울 도심을 휘덮고 있는 어둠의 장막을 걷고, 온갖 소음과 먼지와 문명의 잔해를 불태워, 정결한 새날 새 아침을 예비하는 도도한 노을의 불길. 저 한강 너머서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들불은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번져 남산은 일순간 봉홧둑이 되어 용광로의 불길처럼 타오른다.

 

교정 한 쪽에서 화분을 가꾸며 아침이고 점심이고 시간 날 때마다 즐겼다, 물을 주고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교정 한 쪽에서 화분을 가꾸며 아침이고 점심이고 시간 날 때마다 즐겼다, 물을 주고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새벽 일찍 교정의 문을 열고 출근하기를 근 10여 년 한 덕택(?)에 남산의 일출의 장관을 보는 일은 예사스러운 일상이 되고 말았다. ( 맑은 새벽이면, 특히 가을 새벽이면 교정에서 이 장관을 거의 매일 감탄하며 즐기곤 하였는데, 어느 날 이 사진을 동료에게 보여주었더니 깜짝 놀란다,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정 어디서, 서울 어디서 이런 아름다운 아침노을의 비경을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자연은 이미 우리들 모두에게 많은 것을 공평하게 베풀어놓았는데, 이 자연의 놀라운 은총을 누리는 자는 아주 한정되어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찾아 누리는 자만이 가질 수 있다는 평범한 깨달음을 다시 배운다.) 작렬하는 노을의 불길은 볼 때마다 감탄과 흥분으로 나의 마음을 설렘과 감탄으로 충일하게 채워주었다.

 

자연과의 일상의 우연한 만남이 나에게는 큰 행복, 넘치는 축복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하여 나는 아침이면 노을과 더욱 친밀해졌고, 남산의 노을은 마치 지리산 촛대봉이나 반야봉, 강화 석모도의 저녁노을, 변산 채석강에서 바라본 저녁노을에서 관조한 자연의 오묘함과 조화에 결코 뒤지지 않을 교정의 명승비경임을 자랑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교정에서 손꼽을 수 있는 두 번째 명승은 안산에서 시작하여 인왕산과 북악과 남산, 그리고 멀리 관악을 아우르는 창망한 하늘이다.

교정을 포근히 안아주는 청명하고 품 넓은 하늘, 사시장철 자연의 무상과 우주 시공의 광대무변을 일깨워준 조각배처럼 떠 흐른 흰구름과 진주 빛 하늘, 교정에서 창 너머로 우리 아이들과 본 하늘은 틀림없이 나의 유년의 탐진강의 물빛 그 하늘이었다. 아청鴉靑의 하늘! 교정의 아청鴉靑빛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라져간 모든 것들이 다 보인다. 내 마음이 하늘을 지향하는 마음으로 살아올 수 있는 것도 여섯 살 유년의 가슴을 흐르는 장흥 고향의 하늘과 탐진강의 하늘이었는데, 교정에서도 거의 매일 바라보며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아청鴉靑의 하늘! 내 마음이 하늘을 지향하는 까닭, 바라보고 있으면 사라져간 모든 것들이 다 보이기 때문.
아청鴉靑의 하늘! 내 마음이 하늘을 지향하는 까닭, 바라보고 있으면 사라져간 모든 것들이 다 보이기 때문.

 

나는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시혼을 깨울 수 있었고, 이 그윽한 하늘을 보며 넘치는 부요를 누렸다. 가난하지만 부족함 없는 부자로, 가을 하늘을 떠다니며 유유자적한 자로 살 수 있었다. 또 나는 하늘을 보며 늘 순수한 어린 동심을 회복할 수 있었고, 하늘을 품에 안으면 마음에 샘솟는 기운이 차고 넘쳤다. 하늘은 묘한 힘이 되어 나의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충동하였다. 마음에 온갖 잡념이 사라졌고, 어두운 생각과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하여 마음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소망 넘쳐나도록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는 하늘을 볼 때마다 교정의 우리 아이들이 먼 인생길에서 수시로 하늘을 바라보며 눈앞의 작은 유익보다는 큰 뜻, 큰 포부를 품은 호연지기를 닮기를 늘 기도하였다. 일출의 장관과 청고한 하늘을 기다리고 바라보는 일은 교정에서 보낸 36년 동안 나의 가장 큰 보람이요, 매일매일 꿈꾸며 살 수 있는 나의 소망이요 기다림이었다.

노이즈(Noise) 이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노을의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노을이 붉게 타오르는 것은 대기 중에 수많은 먼지를 태우며 발하는 자연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자연의 흐름에서나 인생사에서 배울 수 있는 위대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것을 진정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는 불순물이 있기 때문이라는 역설의 진리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인생의 탄생도, 아름다운 국화의 탄생도, 아름다운 꿈의 완성도, 아름다운 이슬의 탄생도, 아름다운 음악 <운명>의 탄생도, 아름다운 예술의 탄생도, 아름다운 가을의 결실도, 아름다운 천연소금의 탄생도 모두가 시련과 역경과 고난과 같은 숱한 부정적인 장애를 극복한 결과라는 것이다. 고난의 길이 축복의 길이요, 조개의 아픔이 진주를 잉태한다는 천고불변의 진리를 일상의 작은 삶 가운데 체험해 본 것이다.

 

아청의 하늘은 늘 나의 동경이요 나의 보람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아청의 하늘은 늘 나의 동경이요 나의 보람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인생의 꿈을 꽃피우기 위해 봄과 여름을 보내고 있는 학창 시절, 이곳에는 숱한 고통과 방황과 실패와 좌절과 혼란과 아픔과 진통과 같은 '거룩한 때'의 흐름이 항상 섞여 있다. 그러므로 인생에서 우리는 이런 부정적인 노이즈상황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노이즈가 있어야 우리 청소년의 가슴은 아름다운 노을이 피어나고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순간순간의 참기 힘든 고통의 때가 섞이어 위대한 인생의 결실은 여물어간다는 진실이다.

 

(사니랑의 교정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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